#22

Stance phase, Swing phase

디딤기와 흔듦기

2021.01.23 ~ 2021.02.06

이은희 EUNHEE LEE

장소  더레퍼런스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이은희 개인전 《디딤기와 흔듦기》는 인간의 신체와 노동 사이를 연결하는 기술과 이를 둘러싼 사회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사회에서 장애는 노동 가능성의 결여이자 동시에 경제적 능력의 약화로 이해된다. 그렇기에 재활기술은 단순히 신체기능을 회복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장애인의 노동력을 보완 하고 경제적 활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한다. 이때 재활을 가능하게 하는 과학기술은 꽤 낙관적인 청사진을 그리지만, 이 기술이 구현되고 실행되는 현장은 다양한 정치적 복합체라고 할 수 있다. 인간 노동력과 생산구조 및 수요, 여기에 개입되고 요구되는 자본 가치, 장애에 관한 사회적 인 식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작가는 재활기술이 연구, 생산, 활용되는 과정 속에서 인간과 기술 사이의 구조적 속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그는 재활 관련 의료현장과 장애 보조기구를 제작하는 산 업연구소를 기록하면서 기계와 인간의 작동 패턴을 관찰한다. 기록된 현장의 풍경은 기계가 도움을 주 고자 하는 인간과 기계를 관리하고 작동시키는 관리자 및 치료사, 기술자 등의 인간이 모두 기계 동작 의 흐름에 종속되면서 하나의 커다란 유기체이자 협업자로서 드러난다.

이번 전시는 신체적 결함으로 인식되는 장애에 대한 기존의 정의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면서, 결함을 보완하고자 하는 과학기술과 인간 간의 상호관계를 재정의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와 장애 사 이의 복잡한 연결 구조를 ‘노동’을 중심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기계와 반드시 공존해야 하는 상황으 로부터 발생하는 신체적 장애와 그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금 기계에 의존하게 되는 다소 기울어진 순환 관계 속에서 기술은 인간 노동을 모방하고, 대체하며, 제거한다. 이 과정에서 재활기술의 작동방 식은 자본의 수요공급 논리와 밀접하게 관계되면서 인간을 기술의 정치성 안으로 편입시킨다.
이번 전시 제목인 《디딤기와 흔듦기》는 장애를 지닌 걸음걸이에서 각 다리가 맡은 역할을 상징한다. 무게를 갖고 지탱하는 다리와 이동을 위해 움직이는 다리가 서로 의존하는 모습은 마치 결함을 고치는 인간과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노동을 통해 타자의 결함을 다시금 채우는 인간 사이의 협력 과도 같다. 노동을 중심으로 의존되고 또 의존하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 과연 결함이 반드시 보완되어야 만 하는 것인가 되물을 수 있다. 전시는 재활기술의 현장을 기록하면서 장애에 관한 기존의 추상적이고 모호한 이미지들 이면에 놓인 복잡하고 구체적인 실제들을 확인하고 그 방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질 것 이다. ■천미림(독립 큐레이터)

사진 : 이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