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Slime Control Wire Mesh

박윤주 개인전

2022.12.20 ~ 2022.12.25

작가ㅣ박윤주

후원ㅣ서울문화재단

제작ㅣ보비스투스튜디오

건축ㅣ정준우

디자인ㅣ글피

설치ㅣ가이드삼정

《슬라임 콘트롤 철근망》은 슬라임적 사고체계를 건축적 구조와 이종의 세계관을 통해 풀어간다. 슬라임적 사고란, 문턱 없이 쭉 미끄러지는 장소성과 반복적인 시작만이 있는 연속성의 감각 체계를 뜻한다. 인공지능의 통계 추천으로 최적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권유받고, 선별 없이 흡수하는 우리의 상태를 이야기 한다.

다름은 같음의 변형으로 해석되어, 고유성이 사라진 같음은 서로 미끄러지듯 흡수된다. 지속적으로 행위하지만 끝은 없고 시작을 반복할 뿐인 세계이다. 다만, 이질적인 것이 몰살된 사고 체계에서 어떤 날카롭고 차가운 철근망이 중간중간 장애물이 되어 완전한 흡수를 막는다. 이 미끄러운 영원 속에 그래도 어쨌든 땅이 있고, 하늘이 있고, 물이 있으면, 고유한 무엇이라도 박아넣을 수 있지 않을까. 망에 걸린 어떤 장소성을 통해 흘러 들어가지 않는 작은 단서 하나를 남겨둘 수 있지 않을까.

박윤주 Yunju Park
박윤주는 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물의 생동감(vitality of object)’을 주제로 작업한다. 그는 사물의 죽음과 삶에 관심을 가지며, 사물의 차원 이동과 변이를 통한 전생-후생의 과정을 탐구한다. 표면적으로는 주변부 사물의 이슈와 풍경을 담아 소설적 무드로 풀어내는데, 각 내러티브에서 사물은 영역을 넘나드는 매개이자 포트키(portkey)이다. 최근 몇 년간은 사물의 사후세계를 가상영역으로 상정하여, 새로운 세계로 차원을 이동한 사물들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의미론적으로 죽음을 맞이한 사물의 사후세계를 건축설계를 통해 지형을 건설하고, 이세계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얻는 사물들의 새로운 생기와 가능성에 관심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