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Data is the New Oil

더레퍼런스 기획전시

2023.09.22 ~ 2023.10.15

작가ㅣ손창안, 안준, *.lbu, 장진승, 타이스케 코야마

기획ㅣ김정은

진행ㅣ백지윤

후원ㅣ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오늘날의 네트워크 속 이미지-데이터는 무한히 재매개 되기 쉬운 시각적 바이트 byte이다. 본 전시는 전지구의 에너지원인 석유 만큼이나, 미래자원으로 사용되는 이미지-데이터를 거대한 자본주의 생태계의 파이프라인에 흐르는 인간의 창조적 욕망으로서 바라본다. 그리고 이러한 네트워크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 요구되는 여러 문제들을 시각적으로 표층화 시켜본다.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생성되고 전송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는 생성, 순환, 소비되는 자원이자 통제해야 할 흐름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미래에 활용해야 할 투자의 기회로 보기 시작한지 오래다. 데이터 센터의 막대한 에너지 생산과 여기서 발생하는 데이터 전송, 그리고 탄소 배출은 전 지구의 생태 환경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왔으며 우리의 삶에 이미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지금의 이미지-데이터는 인간 사회의 구조안으로 광범위하게 침투하고 순환하며 전세계적으로는 중요한 미래 자원으로 진화 중인 것이다. 데이비드 조슬릿은 이러한 네트워크 기반의 이미지를 시각적 바이트라 명명하며, 현대 미술은 이제 하나의 국제 통화가 되었음을 인식한다. 그는 이제 예술은 물리적인 공간보다 ‘체제 변화'의 장소로서 네트워크 안에서 바라보아야 하며, 로잘린 크라우스가 주장한 ‘포스트-매체'라는 개념 또한 ‘매체' 개념의 거울 이미지로 일축함으로써 ‘오브제의 미학'에서 ‘네트워크 미학'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최근의 NFT 예술의 상품화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이 전시는 ‘저장관리, 재고, 원자재, 노동 및 가치 교환’과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네트워크 이미지-데이터의 생성 및 활용, 생성형 AI 시대 이미지의 재현성,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로 출현한 '플랫폼 유령노동자'의 문제 등, 여러 관점에서 동시대 예술의 매체성을 함께 짚어본다. 덧붙여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예술가의 창작노동과 데이터 기반의 미래에 대한 지속 가능성과 기하급수적인 기술의 성장에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환경 비용에 문제에 관해서도 질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네트워크 기반 예술이 우리의 삶을 형성함에 따라 발생하는 생태적 영향을 직시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참여작가
손창안
손창안은 카메라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사진이 가진 기록성을 차용하여 본인의 기억속에서 회상하는 지점으로 돌아가게 하는 발판으로 이미지 데이터를 사용한다. 본인의 시간을 증명하고자 수집된 이미지들을 여러 방식으로 변주하며 시간에 대한 자신의 심상을 나타낸다. 2014년 독일 라이프치히의 Halle14에서의 전시를 시작으로 나폴리, 베오그라드, 베를린 등 여러 갤러리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2021년에는 빌리 뮌첸베르크 포럼의 예술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다.
안준
안준은 카메라 시점을 활용해 고층 빌딩의 경계에 놓인 몸을 촬영한 자화상 작업인 〈Self-Portrait〉(2008-2013)로 작가로서의 작업을 시작했다. 특히 이 시리즈는 위기에 놓인 현대인의 삶을 조망한다는 면에서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낙하하는 사과를 포착한 『One Life』와 함께 두 권의 사진집이 일본 출판사를 통해 2018년 발간되었다. 최근에는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인 마이크로 소프트 빙을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를 컴퓨터 모니터에 띄운 후 이를 재촬영한 사진 프로젝트인 〈굿모닝, 존〉을 통해 인공지능이 스스로를 시각화한 모습을 촬영한 동명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다.
*.lbu
*.lbu는 저술가 도우리와 작곡가 이규상, 큐레이터 이레나가 결성한 그룹이다. 기술에 대한 막연한 상찬과 두려움 너머 기술과 연루된 노동, 마음, 비인간 존재들에 주목한다. 특히 팀원들은 실제 데이터 라벨링 자격증 보유 및 노동 경험자로서, AI 프롬프트 시스템의 현장 및 관련 행위자들을 조우해왔다. 매끄럽게 가공된 AI 기술의 얼굴이 은폐하는 노동 및 환경 착취와 권력 및 공모 관계를 폭로하며, 그 배후에 주목하고 개입하고자 한다. 특히 데이터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이상한 데이터(queer data)'를 실험 및 탐구 중이다.
장진승
장진승은 사회적 관계 안에서 현시화하는 이상의 문제적 태도를 현상학적 관점에서 해제하면서 예술의 차원에서 그것의 해결책 또는 해소책을 모색하는 데 집중한다. 그 작업은 무형의 데이터와 유형의 감각 사이를 동기화하는 특정한 체제 마련의 시도에 기반하거나, 어떤 도래의 시점을 관망하며 구축하는 근미래적 서사들을 통해 구현되기도 하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기술이나 장치, 나아가 그 작동의 원리를 펼침으로써 실현되기도 한다. 이를 위해 그는 디지털 및 아날로그 데이터 시각화, 시청각 아카이브 시스템, 혹은 다중 매체를 활용한 미적 체험의 연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근미래에 도래할 인간의 인식 및 인지 구조를 조망한다.
타이스케 코야마
타이스케 코야마는 생물학과 자연 환경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사진과 영상 매체에 대한 실험적인 접근을 선보여왔다. 최근에는 센싱(sensing)이라는 개념 안에서 현대 사진 기술에 집중하며 확장된 사진적 표현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도쿄 사진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 및 국제 기관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선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