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TIDAK BULAT

이희경 개인전

2023.11.11 ~ 2023.11.23

작가ㅣ이희경

협력기획ㅣ정희영

포스터 디자인ㅣ이산도

설치ㅣ조재홍

주최‧주관ㅣ이희경

후원ㅣ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먼 곳에서 온 여자, 경계를 건너온 이주자인 그녀는 다시금 어떤 모습으로 변환된다. 그녀의 언어가 그렇고 먹을 것과 입을 것이 그러하며 오늘 하루의 인사까지 모두 도착지의 타자에게 이해 가능한 모습으로 변환되어야 한다. 그녀의 존재 자체는 번역되어야 할 무엇이며 누군가 그 수고를 대신하지 않기에 그녀는 스스로를 번역해 낸다. 만약 이에 실패한다면 읽히지 않는 바코드가 붙은 것처럼 도착지에서 해석되지 못하는 얼룩으로 남겨진다. 하지만 공공의 장에서 배제되거나 가시화되지 않는다고 하여도 우리는 장소에 도래하고 발생하며 나를 여기에 확장한다. 이곳은 동시에 이주자로부터 발견 된 세계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하위프로세스로서 초국적 이주는 노동의 젠더분업에 편입되어 특정한 젠더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구된다. 이주여성의 노동은 분업화 된 자본주의에서 비숙련 노동과 무급 돌봄노동에 해당하는 비공식 노동을 수행하며 수요와 공급의 글로벌 체인망을 따라 작은 단위로 흩어진다. 하지만 그녀들은 구조에 내밀린 수동적인 존재로 머물지 않고 이주의 문을 열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구현한다.

이번 전시는 이주민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역사/사회적 배경을 통해 개인이 지닌 교차성을 이해하려는 탐구에서 시작하여 이주여성의 미시사로부터 그를 형성하는 세계를 조우하며 영토를 넘어 이 세계를 헤엄쳐 나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지역은 경계를 넘어 생의 가능성을 구현하고자 발견한 장소이기도 하다. 지역에 정착하기 위한 영토화의 과정은 하루하루 일상의 움직임으로 수행된다. 일터에서 일어나는 생산의 움직임은 그 일을 계속 반복하여 체득하는 것으로 도착지에서 살아 만들어진 명확한 몸의 언어이다. 작가는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몸짓을 통해 그들이 도착지와 어떻게 상호관계하며 자신을 유연하게 재구성하고 정체성을 구현하고 있는지 탐색한다. 프로젝트의 참여자인 ‘해피’, ‘엔다’, ‘마리안띠’, ‘엣지’가 수행하는 노동 환경에서의 자리와 자세 노동의 움직임을 나를 재구성하는 신체언어-번역어로 읽어내려 한다. 또 번역에서 떨어져 나가는 사이의 언어들처럼 ‘다문화’, ‘결혼이주여성’이라는 한국 사회의 젠더적 역할 수행의 카테고리에서 배제 되는 이주여성의 ‘일’과 미시적이고 취미적인 것들을 영상으로 담고 있다.

전시 제목인 《둥글지 않은》은 경계를 넘어가는 사이의 형상들을 이야기한다. 왔다 갔다, 계속 반복하는 일의 움직임에서 읽히는 원형적 이미지와 세계화, 다문화에서 전체로 매끄럽게 통섭되길 요구하는 ‘우리’에 대한 의문을 담고 있다. 결코 둥글지 않은 것, 하나의 모양이 아닌 것, 겹쳐지고 걸쳐지고 찌글찌글한 것, 울렁이며 거칠고 소음 가득한 것, 여기에 또는 저기에 동시에 존재하는 모양들을 일컫는다. 그가 지닌 유연한 사고와 삶을 영위하는 적극적인 방식으로부터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모든 세계로 나아가는 방법을 엿보고 막으로 가려진 지금을 해체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려는 신체와 사랑과 돈으로 포장된 세계의 속임수 속에서 함께 행복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작가 소개 | 이희경
이희경은 한국 사회에 정주 중인 아시아 이주민들의 삶과 배경을 리서치 하며 영상과 드로잉 등을 매체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개인의 미시사에 잠재 된 문화, 역사적 배경과 도착지의 여러 사회적 레이어로 형성되는 이주 당사자의 다층적인 정체성의 구현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개인전 《너의 이름을 부를 때》(보안여관, 2022), 《깊고 고른 양질의 숨》(테미예술창작센터, 2020), 《Next Door》(쇼앤텔, 2020)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