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Fluid Language

이주영 개인전

2023.11.28 ~ 2023.12.10

작가ㅣ이주영

글ㅣ전민지

포스터 디자인ㅣFragile Studio

후원ㅣ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주영은 투명한 언어의 존재를 확언하고 시각화 한다. 읽힐 수 없는 상태로 감춰져 있던 언어의 흔적은 작가의 오브제에 물리적으로 투영되며, 이때 언어가 인간의 생각을 지배하는 몇몇 장면이 가시화 된다. 그와 동시에 왜곡하고, 위계를 지니며, 종종 불평등한 언어의 속성이 포착된다.

일례로 언어의 중의성은 보통 주어진 상황에 의해 해소된다고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언어가 하나의 의미로 수렴한다는 것은 사실상 의사소통의 성공만을 의미하지 않으므로, 대화 속 모호한 지점은 금세 해소되는 대신 오히려 다른 종류의 오해를 낳기도 한다.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작업의 초점은 사회언어학, 나아가 화용론으로 이어진다.

언어는 덩굴이자 덫이다. 이주영의 작업은 이를 간파하여 지금도 끊임없이 분열하는 언어를 주시한다. 언어는 엄격한 관념을 지니고 있다가도 금세 오염되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이데올로기에 포섭되기도 하며, 즉흥성에 사로잡혀 논쟁을 낳기도 하는 객체이자 주체다. 언어의 역사성이나 사회성에 관해 논했던 이전 세대의 학자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는 명백한 본질이다. 이제 작가는 우리를 향해 줄기를 뻗은 채 얽혀 있는 언어의 덩굴을 어떻게 헤치고 나갈 것인지 묻는다. 세포분열을 거친 언어가 권력을 등에 업은 덫이 될 때, 불가피한 오해의 함정으로부터 당신은 어떻게 (유동적으로) 탈출할 것인가?

이주영 | Jooyoung Lee
이주영은 언어를 기호 자체를 넘어선 행위를 실행하는 주체로 바라보며, 발화 상황과 맥락의 변형에 주목한다. 작가는 탈진실적 언어 범람 환경에서 권력 인식 방법을 언어 행위로 접근하며, 화자와 청자 사이 시공간 속에서 언어가 변모하고 권력이 생성, 행사되고 왜곡되는 지점들을 관찰하여 평면작업, 공간설치, 그리고 내레이션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개인전으로는 《속으로 흐르는 하얀 포말들》(2022, AlterSide), 《투명하지만 어두운》(2021, 솅겐갤러리) 등이 있으며, 그룹전으로 《유실언어보관소》(2023,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오해•오역•오독의 시》(2023, 신한갤러리), 《Floating Truth》(2022, 가나아트 나인원) 등에 참여한 바 있다.